▒ 작성자 : 진갑곤 
▒ 작성일 : 2006-03-10 오전 11:11:16
＜過淸平山有感＞
＜청평산을 지나다가 느낌이 있어 읊다＞
峽束江盤棧道傾, 강바닥을 묶은 골짜기에 사닥다리 비겨있고,
忽逢雲外出溪淸. 구름 밖에서 흘러나온 맑은 시내를 만나네.
至今人說廬山社, 이제껏 사람들은 여산사를 말하는데,
是處君爲谷口耕. 임께서는 이곳에서 곡구 밭을 갈았다오.
白月滿空餘素抱, 공중 가득 흰 달은 남은 정신 품어 안고,
晴嵐無跡遣浮榮. 개인 내는 자취 없이 헛된 영화 물리쳤네.
東韓隱逸誰修傳, 뉘라서 은일전을 옳게 적어 전하리오,
莫指微疵屛白珩. 가는 티 있다고 흰 구슬을 버릴 건가.
(주석)
* 협속강반(峽束江盤): ｢강바닥을 좁은 골짜기가 묶었다｣는 것은 강폭이 매우 좁은 강을 양쪽으로 산협(山峽)이 끼고 있어 거센 물결이 흘러가는 모양을 표현.
* 잔도(棧道): 산골짜기와 절벽 따위에 널빤지를 놓아 선반처럼 만든 길.
* 여산사(廬山社): 중국 명나라 이현(李賢)의 ≪일통지(一統志)·남강부(南康府)≫에 ｢여산은 남강부(현재 중국의 江西九江市) 경내에 있다.｣(廬山在南康府境內)
* 소포(素抱): 평소의 취지 또는 포부.
* 청람(晴嵐): 맑게 갠 날씨에 산이나 들에서 증발하는 아지랑이.
* 은일(隱逸): 숨은 학자로써 임금이 특별히 벼슬을 준 사람.
｢강반(江盤)｣은 ≪용문기(龍門記)≫에 『큰 강바닥이 좁은 골짜기에 묶였네.』라고 있다. 한유의 시에 『강바닥은 좁은 골짜기에 묶이니 봄 여울은 호탕하다.』고 했다.
｢여산사(廬山寺)｣는 남강부에 있다. 중국 주나라 때 어떤 신령스러운 사람이 여기에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해서 산 이름을 여신이라 했다. 중국 진나라 혜원(彗遠)이 도안(道安) 스님을 따라 남쪽으로 나가 놀다가 여산의 맑음을 보고 열여덟의 현자(賢者)와 더불어 정토사(淨土寺)를 세워 결사(結社)하고 공부하면서 백련사(白蓮社)라 불렀다.
｢곡구경(谷口耕)｣은 중국 한나라 정자진(鄭子眞)이 곡구에서 밭을 갈며 은거하였다.
｢미자백형(微疵白珩)｣은 ≪국어(國語)≫에 『초나라에서는 흰 패옥을 보배로 삼았다.』고 있고, ≪사기(史記)≫에 보면 『황금에도 티가 있고 백옥에도 험이 있다.』고 했다.
이 시는 퇴계 선생께서 강원도에 재상어사(災傷御使)로 갔을 때 춘천을 지나다가 청평산을 보고 고려 말의 징사(徵士)인 이자현(李資玄)을 생각한 나머지 그 회포를 읊어 지은 것이다.
이자현(李資玄)의 자는 진정(眞精)이고 호는 희이자(希夷子)다. 인천이 고향이다. 용모가 뛰어나고 성격은 명리를 탐내지 않고 청렴했으며 머리는 매우 총명했다. 급제하여 벼슬이 대서승(大暑承)이 되었으나 버리고 청평산으로 들어갔다. 고려 예종(睿宗)이 조서를 써서 불렀으나 자현은 표문(表文)을 올려 사양하였다. 자현이 말하기를 『새를 잡아다가 집에서 좋은 먹이를 준다해도 새는 괴로워할 것이요, 물고기는 물고기대로 물 속에 노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보아야 강해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하였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자현을 부를 수 없음을 알았다. 나중에 왕이 남경에 특별히 행차하여 그의 동생 이자덕(李資德)을 보내어 왕이 거처하는 행재소(行在所)에 오게 하였다. 자현이 오자 왕은 『도덕이 높은 늙은 이를 오래도록 존경하고 뵙기를 바랐소.』라고 말하고는 상전(上殿)의 직책을 주고 삼각산 청량사(淸凉寺)에 머물게 하였다. 예종이 자현을 두 번째 만나서 양성(養性)하는 법을 물으니 『욕심을 적게 가지는 것 보다 더 좋은 법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드디어 ≪심요(心要)≫ 한편을 지어 바쳤다.
이자현은 중서령(中書令) 이자연의 손자이고 태위(太尉) 이자겸(李資謙)의 아우이며, 예종의 비(妃)인 순덕왕후의 숙부이다. 그의 가세와 문벌은 공신들의 후예임에도, 그는 고상하고 이상이 높아 달리 세속적인 영화나 명예를 위해 마음을 더럽히지 않았던 것이다.
이 시는 퇴계 선생께서 그 땅에 가셨기 때문에, 거기서 살던 사람을 생각하여 탄식하고 찬미하신 것이다.
江盤, 龍門記, 大河盤束於山峽. 韓詩, 江盤峽束春湍豪. ○ 廬山寺, 在南康府, 周時, 有人生而神靈, 廬於此山故名. 晋彗遠隨沙門道安, 南遊見廬山淸淨, 與十八賢同修淨土寺, 號白蓮社. ○ 谷口耕, 漢鄭子眞耕於谷口. ○ 微疵白珩, 國語, 楚以白珩爲寶. 史, 黃金有疵, 白玉有瑕. 此詩先生以江原道災傷御使, 過春川, 見淸平山. 因懷麗末徵士李資玄而作也. 資玄字眞精, 號希夷子, 仁川人. 容貌魁偉, 性恬淡聰敏. 登第爲大暑承, 棄入淸平山. 睿宗累詔徵之, 上表辭曰, 以鳥養鳥, 庶免鍾鼓之憂, 觀魚知魚, 俾遂江海之樂. 王知不可致. 特行南京, 遣其弟資德, 諭赴行在. 資玄至. 王曰 道德之老, 嚮風久矣. 命上殿, 拜留三角山淸凉寺. 及再見, 問養性之法, 對曰, 莫善於寡慾. 遂進心要一篇. 盖資玄, 中書令子淵之孫, 太尉資謙之弟, 睿宗妃順德王后之叔母也. 其家世閥閱如此, 而乃能高踏遠引, 不以外慕累其心. 此先生所以卽其地, 想其人, 詠歎以美之.
* 재상어사(災傷御使): 조선 시대 재해(災害)를 입은 전결(田結)의 실정이나 환곡(還穀)의 실태, 마정(馬政)의 풍속, 우마(牛馬)의 도살이나 매매 등에 관한 일을 살피기 위해 파견되는 어사.(선생 42세, 중종 37년)
* 행재(行在): 행재소(行在所). 임금이 왕궁을 떠나 거둥할 때에 임시로 머무는 곳.
* 원인(遠引) : 세속적인 것을 떠나 높은 이상에 끌려감을 뜻함.
<雲陶正音註解>(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 연구총서2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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