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진갑곤 
▒ 작성일 : 2006-03-10 오전 10:49:44
<宿淸風寒碧樓>
<청풍 한벽루에서 묵다>
충청은 좌도의 군 이름이다. 한벽루는 객관의 동쪽에 있다. 하륜(자는 호정)이 한벽루에 대한 ＜기(記)＞를 지었다.
忠淸, 左道郡名. 樓在客館東. 河浩亭崙撰記.
半生堪愧北山靈, 반평생 지난 일은 북산령에 부끄럽고,
一枕邯鄲久未醒. 베개 속 깊은 꿈은 아직도 못 깨었네.
薄暮客程催馹騎, 황혼의 타향 길에 역말을 달리다가,
淸宵仙館對雲屛. 맑은 밤 신선 집에 구름 병풍 마주했네.
重遊勝地如乘鶴, 좋은 곳에 거듭 노니 학 타고 온 것 같고,
欲和佳篇類點螢. 꽃다운 화답 시엔 반딧불이 앉듯 해라.
杜宇聲聲何所訴, 두견이 슬피 우니 하소연 하는지,
梨花如雪暗空庭. 눈 빛 같은 배꽃이 빈 뜰에 몰래 피네.
(주석)
* 청풍(淸風): 충청북도 단양 곁에 있는 고을 이름.
* 중유승지(重遊勝地): 퇴계 선생께서 경치가 좋은 청풍을 그 전에 다녀갔음을 나타낸 것이다.
* 유점형(類點螢): 두보의 ＜형화(螢火)＞ 시 ｢책 읽는 곳에 가서는 밝혀주기에 부족하나, 이따금씩 나그네 옷을 더럽힐 수 있을 뿐이라네.｣(未足臨書卷, 時能點客衣)｣. 이 시는 아마도 작자가 다른 사람의 시를 화답 하고자 하나 잘 되지 않아 마치 반딧불이 옷에 붙는 것과 같다는 비유를 한 것으로 생각 됨.
｢북산령(北山靈)｣은 주옹(周顒)이 북산에 은거하였다가, 뒤에 해염령(海鹽令)으로 출임(出任)하고, 다시 북산으로 돌아와 은거하려고 하자, 공치규(孔穉圭)가 북산 산신령의 뜻을 가장해서 북산이문(北山移文)을 지어 보내면서 그의 소행을 나무랐다.
｢일침한단(一枕邯鄲)｣은 여옹(呂翁)이 한단(邯鄲)이란 곳을 지나다가 노생(盧生)이라는 사람을 만나 객주 집에서 같이 유숙하게 되었다. 주인은 그 때 기장밥을 짓고 있었다. 노생은 세상을 사는데 곤란과 재액이 많다고 하였다. 그러자 여옹이 행랑 속에서 베개 하나를 꺼내 주면서 이것을 베고 자면 영화를 누리고 소원을 이룰 것이라 말했다. 노생은 다만 자기가 베개를 베고 잠들던 것만 기억할 뿐이었다. 꿈속에서 노생은 바로 과거에 급제하고 장군도 되고 재상도 되었다. 그렇게 하여 오십 년 동안 비길 데 없이 영화를 누렸다. 그러다가 홀연히 하품을 하고 몸을 일으켜 깨고 보니 여옹은 그 옆에 앉아 있고 주인이 짓던 기장 밥도 아직 다 되지 않았다.
｢운병(雲屛)｣은 중국 송나라 구양수(歐陽修)의 시에 『푸른 산 흰 구름이 잠자리 병풍일세.』라고 있다.
｢승학(乘鶴)｣은 왕자교(王子喬)가 학 타기를 좋아하고 피리를 불어 봉황이 우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점형(點螢)｣은 두보(杜甫)의 시에 『오직 나그네의 옷을 더럽힐 수 있을 뿐이라네.』라고 있다.
｢두우(杜宇)｣는 ≪태평환우기(太平寰宇記)≫에 이렇게 나와 있다. 촉나라 왕 두우(杜宇)를 망제(望帝)라 하였다. 뒤에 왕위를 벌령(鱉令)에게 선위(禪位)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두견(杜鵑) 새가 되었다.
이 시는 왕의 명령을 받고 여러 곳을 달려 가다가 좋은 경치를 보고 읊조리면서, 두견의 울음소리와 떨어지는 꽃들을 보면서 모두 물과 같이 무상히 돌아간다는 생각을 읊은 것이다.
北山靈, 周顒隱北山. 後爲海鹽令, 欲還隱. 孔穉圭, 假北山之靈, 移文以譏之. ○ 一枕邯鄲, 呂翁經邯鄲, 有盧生同邸. 主人方烝黃粱. 盧具言生世困厄. 翁取囊中枕以授之曰, 枕此當榮, 適如願. 生但記身適枕穴中, 未幾登第, 出入將相五十年, 榮盛無比. 忽欠伸而寤, 呂翁在傍, 黃粱未熟. ○ 雲屛, 歐詩, 靑山白雲爲枕屛. ○ 乘鶴, 王子喬, 好乘鶴, 吹笙作鳳鳴. ○ 點螢, 杜詩, 猶能點客衣. ○ 杜宇, 寰宇記, 蜀王杜宇, 號望帝. 後禪位於鱉令, 遂亡去化爲杜鵑. 此詩言王事馳驅, 遇景吟弄, 而鵑啼花落歸思如水也.
* 주옹(周顒): 중국 남조(南朝)의 남제(南齊)사람. 국자박사(國子博士)를 지냈으며, 예서(隸書)를 잘 쓰고 노자(老子)와 불교(佛敎)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는 공치규(孔穉圭) 등과 북산(北山)에 은거한 적이 있었으나, 실은 가짜 은자였던 탓에 공치규에게 비난을 당했다.
* 일침한단(一枕邯鄲): 중국 당나라 때의 문인 심기제(沈旣濟)의 소설 ≪침중기(枕中記): 베개 속에서 겪은 이야기≫에 있는 내용. 인생은 꿈과 같다는 『南柯一夢』과 같은 뜻으로도 쓰임.
* 운병(雲屛): 겹겹이 둘러싸인 산봉우리를 비유하여 말함.
* 승학(乘鶴): ≪열선전(列仙傳)≫에 ｢왕자교가 그 집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은 후산에서 나를 기다리라.』고 말 했는데, 그때 과연 그가 학을 타고 후산의 산꼭대기에 나타났다.』고 한다.
* 두우(杜宇): 중국 초나라 왕 두우는 치수(治水)에 공이 있는 벌령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목숨을 끊었는데, 매년 봄이 되면 두견새가 온 곳에 울고 돌아다니며 곡식을 파종하라고 재촉하는 듯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초나라 사람들은 두견새 소리가 나면 ｢저 소리는 망제가 우는 소리로구나!｣라고 하였다.
* 귀사여수(歸思如水): 돌아갈 생각이 물과 같다는 것은 세상 일이 꿈과 같다는 뜻. ≪퇴계문집 권일 시≫의 ＜답우인(答友人)＞｢이 이치를 깨닫고 한바탕 웃어보니, 세상 일이 모두 다 꿈일세 그려!｣(悟來成一笑, 曾是夢槐安)
<雲陶正音註解>(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 연구총서2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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