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진갑곤 
▒ 작성일 : 2008-10-24 오후 5:22:29
＜和陶集飮酒＞選十 - 其四 -
＜도연명집 중에 실린 「음주」 시를 화답하다＞열 수를 뽑다
白雲在空谷, 텅 빈 골짜기에 흰 구름이 끼더니,
無心上天飛. 아무런 생각 없이 하늘로 날아간다.
偶然隨風起, 우연히 바람 따라 한가히 일어났으니,
何更有戀悲. 어찌해 사랑하고 슬퍼함이 있겠는가.
游空恒泛泛, 허공에 노닐 때는 언제나 떠 있고,
含雨亦依依. 비를 품을 땐 의지하듯 서로 모이네.
苟不霈嘉澤, 때 맞춰 흡족히 내려주지 않는다면,
曷若遄其歸.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감만 같으랴.
我思高賢達, 내가 옛 현달한 사람을 생각해 보니,
末路何多衰. 삶의 끝이 어찌해 쇠잔함이 많았던가.
旣雨不能罷, 비 내리기 시작하면 그만두지 못하니,
亦與天道違. 이 역시 천도와는 어긋나게 되리라.
(주석)
* 범범(泛泛): 공중에 떠서 흔들리는 모양.
* 의의(依依): 헤어지기 섭섭한 모양.
* 가택(嘉澤): 때맞추어 내리는 비[及時雨].
* 기우불능파(旣雨不能罷): 구름이 모여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다시 구름을 거두어 비가 내리지 못하게 해볼 수 없다는 말. ≪요존록≫ 「옛날 도를 통달한 현철들은 이치로 할 수 없는 것이면 그만 두었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에 빠졌다. 대개 재앙은 마치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다시 구름을 말아서 비가 내리지 못하게 하는 수가 없는 것과 같을 것이니, [만약 그런 일을 시도한다면] 또한 사시의 순서에 맞지 않는 것이다.」(古賢達, 不可則止, 不然陷於敗, 禍蓋旣雨而不能卷, 則亦非四時之序矣). 즉, 화를 불러일으킬 원인을 만들어 둔다면 인과응보(因果應報)를 피할 수 없다는 의미.
* 진퇴지의(進退之意):【참고: 퇴계 선생의 진퇴에 대한 기록】≪퇴계선생언행록·권삼·출처(出處)≫ 「일찍이 말씀하기를, 『어릴 때부터 병이 많아서 사마시에 합격한 뒤로는 특별이 벼슬에 나갈 생각이 없었으며, 오직 어버이를 모시고 병조리나 할 생각이었으나 중형께서 간곡히 권하므로, 다시 성균관에 들어가서 과거를 볼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몇 달 동안 노력해 보았으나 걸리는 일이 많고, 시끄러운 속에서 지내자니 정신이 어지러워서, 밤에는 온갖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침 얼마 안 되어 과거에 합격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오늘까지 온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다시 성균관에 들어가서 과거를 보려고 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였다. ― 김성일」 (嘗曰, 少多疾病, 自中司馬之後, 殊無進取之意, 惟以奉親養病爲心, 爲仲兄敦勸, 更作遊泮應擧之計. 黽勉數月, 事多肘掣, 居喧囂, 精神眩怳,中夜思之, 轉覺不堪. 適未幾中第, 故以至於今日. 不然則, 再入國庠, 以圖決科, 決知其不可爲矣. - 金誠一 ) 「선생이 일찍이 말씀하기를, 『나의 진퇴는 전후가 서로 다른 것 같다. 전에는 명을 받으면 곧장 나갔었는데, 뒤에는 부름이 있어도 반드시 사퇴하였으며 비록 나가더라도 또한 감히 머물러 있지 않았다. 대개 지위가 낮으면 책임이 가벼우므로 한 번 나가볼 수도 있겠지만, 벼슬이 높으면 책임이 무거울 것이니 어찌 가벼이 나갈 수 있겠는가? 옛날에 어떤 사람이 높은 벼슬을 제수하면 곧장 나가면서 말하기를, 『임금님의 은혜가 지극히 무거운데, 어찌 사퇴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그 출처에 대한 도리를 생각지 않고 단지 임금의 총애만을 중하게 여긴다면, 이것은 임금이 신하를 부림에 있어서나 신하가 임금을 섬김에 있어서나 모두 예의로써 하는 것이 아니라, 벼슬과 녹봉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옳겠는가?』 하였다. - 김성일」(先生嘗曰, 我之進退, 前後似異. 前則聞命輒往, 後則有徵必辭, 雖往亦不敢留. 盖位卑則責輕, 猶可一出, 官尊則任大, 豈宜輕進. 昔有人, 除大官則, 輒往曰, 上恩至重, 何可退也. 余意則似不然. 若不顧出 處之義, 而徒以君寵爲重則, 是君使臣臣使君, 不以禮義, 而以爵祿也. 其可乎. - 金誠一)
이 시는 흰 구름에 스스로를 비유하면서, 때에 맞게 나아가고 물러나는 뜻을 말한 것이다.
此詩以白雲自况, 言其隨時進退之意.
<雲陶正音註解>(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 연구총서2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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