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김홍영 
▒ 작성일 : 2008-10-24 오후 6:12:43
＜和陶集飮酒＞選十 - 其十 -
＜도연명집 중에 실린 「음주」 시를 화답하다＞열 수를 뽑다
小少聞聖訓, 내 젊었을 때에 성인 교훈 들으니,
學優乃登仕. 배운 뒤 여유 있으면 벼슬도 한다 했네.
偶爲名所累, 어쩌다가 명예욕에 얽힌 바 되어서,
輾轉徒失已. 이리저리 다니다가 본 모습을 잃었다네.
龍鍾猶强顔, 보잘 것 없으면서 억지로 버티어,
竊獨爲深恥. 가만히 생각하니 부끄러움 깊다네.
高蹈非吾事, 높은 곳을 밟음은 내 할 일 아니라서,
居然在鄕里. 잠자코 시골에서 편안히 살고 있다.
所願善人多, 착한 사람 많기를 바라는 마음은,
是乃天地紀. 이 것이 천지의 바탕 되기 때문일세.
四時調玉燭, 철마다 날씨가 조화롭고 화창하면,
萬物各止止. 만물은 제마다 머무를 곳에 머무네.
畢志林壑中, 수풀 속 골짜기에 일생을 마치리니,
吾君如怙恃. 우리의 임금님을 부모처럼 의지하네.
(주석)
* 학우내등사(學優乃登仕): ≪논어·자장(子張)≫ 「자하(子夏)가 『벼슬살이 하다가도 여유 있으면 학문을 닦고, 학문을 하다가도 여유 있으면 벼슬길에 나가도 된다.』고 했다.」(子夏曰, 仕而優則學, 學而優則仕)
* 용종(龍鐘): 용종(躘踵): 늙은 모습으로 쇠퇴하고 고달픈 모양.
* 강안(强顔): 부끄러움을 모름.
* 고도(高蹈): 벼슬이나 귀족적 취미를 위해 멀리 나다님을 말함.
* 거연(居然): 그 모양 그대로 편안히.
* 천지기(天地紀): 천지의 기강(紀綱). 즉, 대자연의 법칙.
* 지지(止止): 지어지처(止於止處): 제자리에 있음. ≪장자·인간세(人間世)≫ 「저 텅 빈 곳을 보면 빈 공간에 흰 빛이 가득하니, 좋고 상서스러움이 머물 곳에서 머무는 구나!」(瞻彼闕者, 虛室生白, 吉祥止止)
* 필지(畢志): 인생을 마침.
* 임학(林壑): 숨어서 사는 시골의 비유.
* 호시(怙恃): 「믿고 의지함」이란 뜻과 「부모」라는 뜻이 있음. 여기서는 두 가지 의미가 복합적으로 사용됨. 한유의 ＜유모의 묘에 바치는 명문(乳母墓銘)＞ 「유는 난지 두 달도 미처 차지 않아[의지하고 믿을 만한] 부모를 여의었다.」(愈生未再周月, 孤 失怙恃)(이장우·장세후, 퇴계시 풀이＜제일권＞, 525쪽 참조)
「용종(龍鍾)」은 소악(蘇鶚)의 ≪연의(衍義)≫에 『떳떳하지도 못하고 고개도 잘 들지 못하는 모습으로, 머리털이 많고 헝클어져 어정쩡하면서 똑똑하게 굴지 못하는 것과 같은 따위이다.』라고 있다. 혹은 『용종은 대나무 이름인데, 늙은 사람이 마치 대나무 가지와 잎사귀처럼 축 늘어져 스스로 잘 부지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선인천지기(善人天地紀)」는 ≪학림옥로(鶴林玉露)≫에 『원컨대 하늘이 항상 착한 사람을 보내고, 사람은 항상 착한 일을 하기를 바란다.』라고 있다. 또 ≪左傳≫에 「착한 사람은 나라의 밑바탕이다.」라고 있다.
「옥촉(玉燭)」은 ≪이아(爾雅)≫에 『네 계절에 기후가 조화로움을 옥촉이라 한다.』라고 있고, 그 주에 『빛나게 내려 쪼이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이 시는 몸은 물러나도 나라를 근심하는 뜻을 담은 것이다.
龍鍾, 蘇衍義, 不昌熾, 不翹首, 貌如鬖拉搭觳觫之類. 或云, 龍鍾, 竹名. 年老者, 如竹枝葉搖曳, 不自禁持. ○ 善人天地紀, 鶴林玉露, 願天常生善人, 人常行善事. 左傳, 善人國之紀. ○ 玉燭, 爾雅, 四時和謂之玉燭. 註, 道光照也. 此詩言身退憂國之意.
* 이아(爾雅): ≪이아(爾雅)·석천( 釋天)≫: ≪이아≫는 중국 13경(經)의 하나로 편자는 미상. 천문, 지리, 음악, 초목, 금수(禽獸) 등에 관한 고금의 문자를 설명한 책. 일종의 자전(字典)으로 선진(先秦) 시대의 언어 및 사물 이름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
<雲陶正音註解>(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 연구총서2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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