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이구의 
▒ 작성일 : 2008-10-24 오후 5:25:29
＜和陶集飮酒＞選十 - 其五 -
＜도연명집 중에 실린 「음주」 시를 화답하다＞열 수를 뽑다
東方有一士, 이 나라에 한 사람 선비가 살고 있어,
夙志慕斯道. 일찍이 뜻을 세워 이 학문을 연모했네.
舂糧欲往從, 양식 준비해 백 리 길 찾아가려 하였으나,
守隅今向老. 모퉁이만 지키느라 이젠 벌써 늙어가네.
孰能諭斯道, 뉘라서 나에게 잘못 된 길 잡아 줄까,
人皆惡衰槁. 쇠약하고 곤궁함은 이를 모두 싫어하네.
蹙蹙顧四方, 움츠리고 조급하여 사방을 돌아봐도,
不見同所好. 내 마음과 함께 할 이 만나 보지 못했다오.
空知五車書, 오거서를 읽어서 걸림 없이 아는 것이,
終勝萬金寶. 만금의 보배 보다 마침내는 나으리라.
至哉天下樂, 지극하기 그지없는 천하의 즐거움은,
從來不在表. 본래부터 형식적인 것에 있지 아니하네.
(주석)
* 용량(舂糧): 원래는 밤 세워 곡식을 찧어 먹을 것을 준비한다는 뜻. ≪장자·소요유(逍遙遊)≫ 「백 리를 가는 사람은 밤에 곡식을 찧어 준비하고, 천 리를 가는 사람은 석 달 동안 양식을 모은다.」(適百里者宿舂糧, 適千里者三月聚糧). 이 말로 인해 『용량』은 100리를 대칭(對稱)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음.
* 사도(斯道): ≪퇴계문집≫에 『미도(迷塗)』로 되어있는데 맞을 것임. 『도(塗)』는 『도(途)』와 같이 씀. 『미도(迷途)』는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것을 말함.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 「실로 길을 잃은 지 얼마 안 되지만, 깨닫고 보니 지금 하는 일은 옳고 지난 일은 잘못 되었다네.」(實迷途其未遠, 覺今是而昨非)
* 축축(蹙蹙): 움츠리고 조급한 모양. ≪시경·소아(小雅)·저 높은 남산(節彼南山)≫ 「내가 사방을 두루 살펴보니, 마음은 조급하여 달려갈 곳 모르겠네.」(我顧四方, 蹙蹙靡所聘)
* 공지오거서(空知五車書): 많은 책을 읽어 폭 넓고 화통하게 안다는 말. 『空』은 『공활(空豁: 매우 넓은 모양)』하다는 뜻.
* 지재천하락(至哉天下樂): 글 읽으며 도 닦는 일. 중국 북송의 문학가이며 사상가 구양수(歐陽修: 1007～1072)의 ＜책을 읽으며(讀書)＞ 「천하에 지극한 즐거움이여! 종일토록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읽고 있네.」(至哉天下樂, 終日在几案) ≪퇴계선생언행록·권 일·학문≫ 「평소에 새벽이면 일어나서 반드시 세수하고, 머리 빗고, 관을 쓰고, 옷을 갖춘 다음, 종일토록 책을 보았다. 때로는 해가 뜰 때까지 향을 피우고 조용히 앉아서 항상 마음을 성찰하여 가다듬었다. - 김성일」(平居, 未明而起, 必盥櫛冠衣, 終日觀書. 或焚香靜坐, 常提省此心, 如日初升. - 金誠一)
* 표(表): 외면적인 것. 예를 들면 형식적이거나 세상에 이름을 내는 것 따위.
이 시는 나이가 많고 덕이 빛나서, 남이 몰라주어도 개의치 않는다는 뜻을 말한 것이다.
此詩見其年高德邵, 人不知而不慍之意.
* 불온지의(不慍之意): ≪논어·학이(學而)≫ 「공자께서 말씀 하시기를 『가르쳐 준 것을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을까, 먼 나라에서까지 벗이 찾아온다면 또한 즐겁지 않을까, 남이 나의 의도를 몰라준다해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닐까.』」(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雲陶正音註解>(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 연구총서2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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