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진갑곤 
▒ 작성일 : 2008-10-24 오후 5:28:51
＜和陶集飮酒＞選十 - 其六 -
＜도연명집 중에 실린 「음주」 시를 화답하다＞열 수를 뽑다
我思千載人, 내가 천 년 전 그 사람을 생각하니,
蘆峰建陽境. 노봉과 건양 땅 그 곳에 계셨다네.
藏修一庵晦, 쉬지 않고 학문하여 집지어 숨어 살며,
著書萬古醒. 책들을 지어내어 만고를 깨우쳤네.
往者待折衷, 옛날의 경전들은 그를 만나 손질되고,
來者得挈領. 후배들은 그를 배워 요령을 얻었다네.
懿哉盛授受 아름답다! 지성으로 이어 받음 뛰어나,
源遠雜魯穎. 근원은 멀어 어리석고 영리함 섞이네.
口耳障狂瀾, 천박한 학문의 거센 물결 막았으니,
心經嘉訓炳. 심경의 한 책에 밝은 교훈 나타났네.
(주석)
* 일암회(一庵晦): 한 암자에서 회적(晦迹: 세상에 나타나지 아니하고 자취를 감춤)하다. 또는 『회(晦)』는 운곡에 있는 주자의 초당인 회암(晦庵)을 말할 수도 있음.
* 왕자(往者): 주자(朱子) 이전의 학문을 말함.
* 절충(折衷): 상반되는 것을 취사(取捨)하고 타당한 것을 가려서 사물을 판단하는 것.『절충(折衷)』은 『절중(折中)』과 같음. ≪사기(史記)·공자세가(孔子世家)≫ 「천자와 왕후로부터 나라 가운데 육예라는 것이 공부자(孔夫子)에 이르러 절충되어 올바르게 되었다하니, 지극한 성인이라 할 만하다.」(自天子王侯, 中國六藝者折中於夫子, 可謂至聖矣)
* 득설령(得挈領): 요령을 얻다. 『설령(挈領)』은 옷깃을 잡아당긴다는 뜻이므로 요령을 파악했다는 의미.
* 노영(魯穎): 어리석음과 영리함. ≪문집고증≫ 「정자가 말하기를 『윤언명(尹彦明: 이름은 燉)은 노둔하고 양중립(楊中立: 이름은 時)은 영민하다.』 했는데, 아마 이것을 가리키는 것인가 한다.」(程子謂, 尹彦明魯, 楊中立穎悟, 恐或指此)
* 구이(口耳):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기만 하는 천박한 공부에 비유하는 말.
* 광란(狂瀾): 사물의 난잡한 모양.
* 심경(心經): 중국 송나라 진덕수(眞德秀: 1879～1942)가 경전과 송나라 도학자들의 저술에서 심성수양(心性修養)에 관한 격언을 모아 편찬한 책.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조 중종 말 명종 초에 전래되었는데, 김안국(金安國)이 이를 존숭하여 그의 문인 허충길(許忠吉)에게 전수한 데서 전해지기 시작함. 이 무렵 심경을 가장 중요시한 학자는 퇴계 선생으로, ≪퇴계선생언행록·권일≫ 「선생이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내가 심경을 얻고 나서야 비로소 심학의 연원과 심법의 정미함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평생토록 이 글을 신명처럼 믿었으며 엄부처럼 공경하였다.-이덕홍』」(先生自言, 吾得心經以後, 始知心學之淵源, 心法之精微, 故吾平生 信此書如神明, 敬此書如嚴父-李德弘)
주자의 『운곡기(雲谷記)』에 『운곡은 건양 땅의 서북쪽 70리쯤에 있는 노산의 꼭대기에 있다. 건도의 경인년에 내가 비로소 그 땅을 얻어 거기에 초당을 지어 회암(晦庵)이라 현판을 달았다.』고 있다.
「노영(魯穎)」은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윤언명(尹彦明)은 노둔하고 양중립(楊中立)은 영민하다.』고 했다는데 이를 말하는 것이다.
「구이(口耳)」는 순자(荀子)가 말하기를 『소인의 학문이란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는 그런 보잘 것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장광란(障狂瀾)」은 한유의 글에 『미친 듯한 물결에 이미 기우러가는 것을 되돌리고, 모든 냇물을 막아 동쪽으로 흐르게 했다.』고 있다.
이 시는 주자가 유학을 새로이 개발하여 계승한 후에, 진서산과 같은 이가 나와 ≪心經≫이란 책을 지은 공을 말한 것이다.
朱子, 雲谷記, 雲谷在建陽西北七十里蘆山之巓. 乾道庚寅, 余始得之, 因作草堂其間, 牓曰晦庵. ○ 魯穎, 程子謂, 尹彦明魯, 楊中立穎. ○ 口耳, 荀子, 小人之學入乎耳出乎口. ○ 障狂瀾, 韓文, 廻狂瀾於旣倒, 障百川而東之. 此詩言晦庵繼開之後, 有眞西山心經纂輯之功.
* 건도(乾道): 중국 남송 효종의 연호로 1565년에서 1173년까지 사용.
<雲陶正音註解>(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 연구총서2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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