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박대현 
▒ 작성일 : 2006-09-10 오후 3:11:48
＜溪居雜興, 二首＞
＜퇴계에 살면서 여러 흥취가 있어 읊으니, 두 마리이다＞
開荒臨綠岸, 황무지 개간하여 푸른 언덕 굽어보며,
結屋對丹巖. 집을 얽어내니 붉은 바위 마주 하네.
澗草多無號, 시냇가에 돋은 풀은 거의 이름 없고,
沙禽竝不凡. 모래톱에 앉는 새들은 보통 새 아닐세.
山居思損益, 산에 살며 손익의 이치를 생각하고,
溪生聽韶咸. 시냇가에 자리를 펴니 음악 소리 들리누나.
爛煮新蔬美, 햇나물 푹 삶아 향기 나서 좋은데,
何須待晩饞. 무엇하러 부질없이 늦은 요기 기다릴까.
(주석)
* 개황(開荒): 황무지를 개간함.
* 다무호(多無號): 『多』는 『거의가 다』의 뜻.
* 사금(沙禽): 모래톱이나 모래 여울에 사는 물새들을 말함.
* 손익(損益): 『損』은 ≪주역≫의 산택손괘(山澤損卦). 이 괘는 아랫것을 덜어서 위에 보태는 형상이다. 이것은 말하자면 아랫사람이 성의를 가지고 윗사람을 받들어 봉사함을 뜻한다. 『益』은 ≪주역≫의 풍뢰익괘(風雷益卦). 이 괘는 위 것을 덜어서 아래에 보태는 상태다. 이것은 말하자면 백성이 바라는 이익과 행복을 위해 정치를 잘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또 다른 해석으로는 ≪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의 「학문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날로 배움을 더해야 하고, 도를 닦는 데는 날로 욕심을 덜어내어야 한다.」(爲學日益, 爲道日損)를 생가해 볼 수도 있겠다. 이 중 어느 쪽으로도 감상이 가능할 것이다. 만약 이 시가 은자(隱者)의 정취라면 전자 보다는 후자의 경우가 오히려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 됨.(역자 졸견)
* 소함(韶咸): 『韶』는 중국 순임금의 음악인 소소(簫韶)를 말하고, 『咸』은 황제(黃帝)의 음악인 함지(咸池)를 말함.
* 계생(溪生): ≪퇴계문집≫에는 「溪座」로 되어 있음.
* 난자(爛煮): 음식물을 문드러지게 푹 삶아 익힘.
* 하수대만찬(何須待晩饌): 『만찬(晩饌)』은 만식(晩食). 이 구는 채식으로 만족할 수 있으니 다른 고기반찬으로 잘 먹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의미.
「손익(損益)」은 손(損)에 대하여는, ≪周易≫ 손괘(損卦)에 『대상(大象)에 이르되 산 밑에 못은 줄었으니 군자는 이것을 본 받아 분노를 징계하고 욕심을 막아라.』고 있으며, 익(益)에 대하여 『대상(大象)에 이르되 바람과 우뢰는 이익이 되니 군자가 이를 본 받아 착한 것을 보면 본 받고 허물이 있으면 고치라.』고 있다. 산 속에 살면서 주역의 손괘를 생각하고 덕을 힘쓰며 또 익괘의 지혜도 본받으니 즉 시문 중의 한 토막을 빌어 의리를 취하고 있는 예이다.
「소(韶)」는 순(舜) 임금이 함지(咸池)의 음악을 좋아했고 황제(黃帝)는 때늦은 식사를 즐겨 먹었다. ≪전국책(戰國策)≫에 『늦은 식사는 고기를 먹는 것에 비할 만 하다.』고 있다.
이 시는 영화를 사양하고 한가함을 즐기며, 자연을 보고 흥취를 느껴 덕을 힘쓰고 마음을 닦는 다는 그런 뜻을 보여주고 있다.
損益, 易, 損, 大象曰, 山下澤損, 君子以, 懲忿窒慾. 益, 大象曰, 風雷益, 君子以, 見善則遷, 有過則改. 因山居而思損象以勉德, 又並及益, 乃斷章取義之例也. ○ 韶, 舜樂咸池, 黃帝樂晩饞. 戰國策, 晩食當肉. 此詩見其辭榮就閒, 對景成趣, 勉德賞心之意.
* 전국책(戰國策): ≪전국책·제책사(齊策四)≫ 「촉(斶)은 이제 돌아가고자 합니다. 저녁 늦게 먹는 식사는 고기를 먹는 것에 비할 만 합니다.」(斶願得歸, 晩食以當肉).
<雲陶正音註解>(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 연구총서2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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