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진갑곤 
▒ 작성일 : 2006-09-10 오후 2:46:49
＜白雲洞書院, 示諸生＞
＜백운동서원에서 여러 유생들에게 보이다＞
小白南墟古順興, 소백산 남쪽 들 옛 순흥 고을 터에,
竹溪寒瀉白雲層. 차가운 죽계 흘러 백운은 겹겹이라.
生材衛道功何遠, 인재 길러 도 지키니 공 얼마나 거룩하며,
立廟尊賢事匪曾. 사당 지어 성현 모시니 이 일은 처음일세.
景仰自多來俊碩, 우러러 흠모하니 준걸 석학 모여들고,
藏修非爲慕騫騰. 쉬지 않고 공부함은 벼슬 위함 아니로다.
古人不見心猶見, 옛 사람 못 봐도 그 마음은 알았으니,
月照方塘冷欲氷. 달 빛 비친 연못에 물은 차서 얼 듯하네.
(주석)
*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 지금의 경북 영풍군에 있는 소수서원(紹修書院). 중종 36년(1543) 당시 풍기 군수였던 주세붕(周世鵬)이 평소에 흠모하던 고려 말의 학자 회헌 안향(晦軒 安珦)의 연고지에 부임함을 계기로 그 향리에 안향의 사당을 세우면서 비롯되었다. 명종 5년(1550)에 퇴계 선생이 풍기 군수로 부임하여 서원의 격을 높이고자 서원에 대한 합법적인 인정과 정책적인 지원을 국가에 요청하였는데, 당시 임금인 명종은 친필로 『紹修書院』이란 편액과 아울러 4서 5경, 성리대전 등의 서적을 하사하였다. 그 때부터 백운동서원은 소수서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 시제생(示諸生): 문집에 ｢己酉 ○赴豊邑後」라 되어 있으므로 이 시는 퇴계 선생 49세 풍기군수로 계실 때 지은 것이다. 퇴계 선생은 단양군수로 계셨는데 지난해 10월에 형님인 온계(溫溪)가 충청감사로 임명되자, 단양이 그 관할에 있기 때문에 11월에 풍기로 부임하였다. ≪연보보유≫｢백운동서원에서 강학을 하셨다.」(講學白雲洞書院)
* 죽계(竹溪): 옛 순흥부의 북쪽 23리 지점인데, 순흥 안씨의 세거지(世居地).
* 위도(衛道): 유가(儒家)의 도통을 이음.
* 장수(藏修): 쉬지 않고 공부함.
* 건등(騫騰): 높은 벼슬자리에 올라가는 것.
* 냉욕빙(冷欲氷): 옛 사람의 맑고 깨끗한 마음을 찬 얼음에 비유한 것임
「소백(小白)」은 산 이름이다. 그 때에 순흥을 고쳐 풍기군에 소속 시켰기 때문에 순흥이라 한 것이다.
「죽계(竹溪)」는 순흥부의 북쪽에 있는 내다.
「위도공원(衛道功遠)」은 ≪동사(東史)≫에 보면 이렇게 쓰여 있다. 안향(安珦)은 처음 이름이 유(裕)다. 흥주 사람이다. 젊어서 학문을 좋아하여 고려 원종 초에 급제하였다. 찬성사의 관직까지 올라갔다. 학교가 날로 쇠퇴해지는 것을 근심하여 양부(兩府)에서 각각 은전과 포목을 내고 학교의 비용에 충당하도록 토지를 기부하게 했다. 왕은 왕실의 내탕금을 내어 도왔다. 또 남은 자금을 중국에 보내어 공자와 70제자의 상을 그리게 하고 또 제기와 악기 육경 제자(諸子)와 역사책을 사들이게 했다. 그 후 만년에 주자의 영정을 걸어 놓고 추앙하며 마침내는 호를 회헌(晦軒)이라 하였다. 문성(文成)이라는 시호를 받았으며 종묘에 배향 되었다.
「비증(匪曾)」은 우리나라 서원이 여기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한 말이다.
「장수(藏修)」는 ≪예기(禮記)․학기(學記)≫에 『군자는 항상 학문을 마음에 간직하고 이것을 닦아 잊지 말라.』고 있다.
「건등(騫騰)」은 주시(朱詩)에 『여러 선비들은 높은 자리가 부러워 거기에 오르려고 괴로워하지 말라.』고 있다.
이 시는 학문에 힘쓰는 사람은, 마땅히 옛 성현의 학문에 마음을 두고, 성현의 심법을 올바르게 배워야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小白, 山名. 時順興革而屬豊基故云古順興. ○ 竹溪, 在順興府北. ○ 衛道功遠, 東史, 安珦初名裕, 興州人. 少好學. 元宗初登第, 官贊成事. 憂學校日衰, 議兩府各出銀布, 贍學田. 王出內庫錢以助之. 又以餘資送中原, 畵先聖及七十子像. 又購祭器樂器六經諸子史. 以來晩年掛晦庵眞, 以致景慕. 遂號晦軒. 諡文成, 立廟. ○ 匪曾, 吾東書院昉於此故云 ○ 藏修, 記, 藏焉修焉. ○ 騫騰, 朱詩, 諸郞莫苦羨騰騫. 此詩勉學者, 當留心於古人之學, 得其心法之正也.
* 득기심법지정야(得其心法之正也): 심학(心學)의 바른 길을 얻는다는 것으로 ≪증보 퇴계전서≫ 제2책 ＜답이평숙(答李平叔)＞ 「대저 심학이란 그 내용은 비록 여러 갈래지만 총괄적으로 요약해 보면, 자기의 개인적인 욕망을 정화하고 천리를 보존하는 두 가지 일 뿐이라 할 수 있다.」(大抵心學雖多端, 總要而言之, 不過遏人欲, 存天理兩事而已)
<雲陶正音註解>(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 연구총서2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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