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진갑곤 
▒ 작성일 : 2006-09-10 오후 3:17:42
＜和陶集移居韻, 二首＞
＜도연명집 중에 실린 「집을 옮기고 읊은 시」를 차운하니, 두 마리이다＞
我生五十年, 세상에 태어 난지 오십 년이 넘었는데,
今有半成宅. 이제 겨우 반만 이룬 집 한 칸을 얻었구나.
地僻人罕至, 궁벽한 땅에 살아 찾는 사람은 드물고,
山深日易夕. 산은 깊어 하루해는 쉽사리 저문다.
亦知生事疎, 세상 일이 성글어 쓸쓸함은 알지만,
猶勝勞形役. 육신의 종으로 괴롭힘 보다는 낫다네.
省力掇舊材, 힘을 덜게 하려고 묵은 재목 모으고,
隨宜展敝席. 형편을 쫒아서 헌 자리를 편다네.
無論苦窮節, 곤궁하게 살고 있다 말하지 말아다오,
野性諧夙昔. 촌사람 분수에는 예로부터 알맞다네.
苟爲道不同, 진실로 가는 길에 뜻이 같지 않다면,
千言難剖析. 수 없이 말을 한들 부합되기 어려우리.
(주석)
* 지벽(地僻): 벽지(僻地): 궁벽한 땅. 두보의 시 ＜어떤 나그네(有客)＞ 「그윽이 벽지에 사니 오가는 사람 드물고, 늙고 병들어 누가 부축해도 두 번 절하기 어렵다네.」(幽棲地僻經過少, 老病人扶再拜難)
* 생사소(生事疎):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매우 소박하고 쓸쓸함을 나타낸 말. 중국 당나라 위응물(韋應物)의 시 ＜풍수 냇가의 정사에 우거하면서, 중서사인(中書舍人) 벼슬에 있는 장씨의 둘째에게 부침(寓居灃上精舍, 寄于張二舍人)＞ 「도심은 담박하여 흐르는 물 마주하고, 사는 일 쓸쓸하고 한가해 문만 닦고 비어 있네.」 (道心淡泊對流水, 生事蕭疎空掩門)
* 형역(形役): 물질적인 만족 때문에 정신이 육체의 노예가 된다는 말. 중국 진나라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 「정신이 육체의 부림을 받은 것은 이미 지나간 일인데, 어찌하여 실망과 탄식으로 외롭게 슬퍼하는가.」(旣自以心爲形役, 奚惆悵而獨悲)
* 철구재(掇舊材): ≪퇴계문집≫에는 『撤舊材』로 되어 있다. 그러나 『掇』을 『주워 모은다[掇拾].』는 뜻으로 보아, 본편과 같이 하는 것이 의미상 더 좋으리라 생각됨.(역자)
* 고궁절(苦窮節): ≪퇴계문집≫에는 「固窮節」로 되어 있음. 곤궁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잘 견디어내는 그런 지조.
* 야성(野性): 타고난 성격이 자연과 전원을 좋아함을 말함.
* 숙석(夙昔): 지난날.
* 부석(剖析): 나누어 쪼갬. 해결함. ≪요존록≫ 「선생이 ＜기명언에게 답한 편지＞ 『도가 같으면 한마디 말로도 서로 부합되기 족하지만, 같지 않으면 아무리 말을 많이 한들 도를 해칠 뿐이다.』」(先生答奇明彦書曰, 道同則片言足以相符, 不同則多言適以害道)
<雲陶正音註解>(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 연구총서2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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