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김홍영 
▒ 작성일 : 2006-09-10 오후 2:59:17
＜八月十五日夜吟＞
＜팔월 보름 달 밤에 읊다＞
夢覺圓明櫝裡珠, 원명한 보배 마음 꿈결에 깨달으니,
安排纔涉已非初. 조금만 안배해도 이미 본심 아닐세.
寒溪遠響紙窓靜, 차가운 냇물 소리에 들창은 고요하고,
斜月淸光竹閣虛. 비낀 달 맑은 빛에 대 집은 비었다.
四序孰居無事者, 네 계절 바뀌는데 일 없는 이 누구인가,
羣蟲爭訴不平如. 벌레들은 무슨 불평 하소연 하는 듯.
爲官不理身多病, 정사도 잘못하고 몸에는 병이 많아,
回首平生愧有餘. 지난 일 돌아보니 부끄럼만 남는다네.
(주석)
* 독리주(櫝裡珠): 「함 속에 있는 구슬」이란 말인데, 이것은 인간의 몸 속에 마음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비유한 말. 함[櫝]을 인간의 몸으로 비유하고 인간의 마음을 구슬[珠]에 비유 함.
안배(安排): 안배(按排): ≪장자․대종사≫ 「자연의 뜻에 편안히 맡겨 변화에 따라 살아간다면, 비로소 텅 빈 자연과 하나 됨을 이룰 것이다.」(按排而去化, 乃入於寥天一) 그러나 여기서 『안배』란 사물을 대할 때 이 것이다 저 것이다 하면서 자기의 주관적인 자의(恣意)에 따라 처리함을 뜻한다.
* 재섭(纔攝): 인간의 순수한 초심에 조금이라도 옳지 못한 생각이 끼어들게 된다는 것
* 비초(非初): 『초』는 인간이 태어날 때의 순수하고 깨끗한 초심을 말한다. 『비초』는 이미 인간의 본성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의미.
*무사자(無事者): 『일 없는 사람』이란 무심(無心)으로 사는 사람을 말한다. 무심이란 마음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사사로운 욕심이 없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마음을 텅 비웠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무심으로 살아가면 세상살이에 위험이 따르지 않고 모든 것이 순리대로 되어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히 일 없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무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연히 행복하다. 이런 의미에서 『일 없다.』는 것이고 정말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몽각(夢覺)에서 비초(非初)까지」는 ≪원각경(圓覺經)≫에 『맑고 깨끗한 마니의 보배 구슬이 각 방향마다 다섯 가지 색을 다르게 나타낸다.』고 있는데 말하자면 사람의 성품이란 원만하고 밝게 사물을 비춘다는 말이다. ≪장자(莊子)․대종사(大宗師)≫ 편에 안배거화(安排去化)란 말이 있는 데, 그 주에 『자연의 뜻에 편안히 맡겨 변화를 따라 살아감을 이름이다.』고 있다. 혹은 『원명주(圓明珠)는 인간의 본성을 지적한 것인데 안배하여 집착하면 인간의 본 모습을 잃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시는 인간의 본성이 보배 구슬과 같이 밝게 빛나서 어디에서든지 비추고 밝게 나타나지만, 그러나 한번 자기 사사로운 뜻에 그대로 맡겨서 집착하면 인간의 본성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창정각허수성월광(窓靜閣虛水聲月光)」은 이것은 자연의 이치가 이렇게 그대로 나타나서 네 계절이 바뀌며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명충소(鳴蟲訴)」는 가을이 되면 누구나 평생에 한 일을 조용히 생각해보는, 명상에 잠겨보고 감개하고 부끄러워 탄식하여, 스스로 그만 두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개 스스로 겸손해 하는 말로서 수시로 삼가고 살피는 뜻이 매우 깊고 간절함을 말하는 것이다.
夢覺止非初, 圓覺經, 淸淨摩尼寶珠, 暎於五色, 隨方各現, 言性照圓明也. 莊, 安排去化, 註, 謂安於推移也. 或謂圓明珠指本心, 安排着, 則非本然矣. 此詩言人性如寶珠之明, 隨處照現, 而一爲私意安排, 則失其本然矣. ○ 窓靜閣虛水聲月光, 露出天機, 而四時迭代. ○ 鳴蟲訴, 秋則黙念平生, 感慨愧歎, 自有不能已者. 盖亦自謙之辭, 而所以隨時警省之意, 深且切矣.
* 성조원명(性照圓明): ≪원각경․보안보살장(普眼菩薩章)＞ 「선남자여! 비유컨대 보배 마니구슬은 각 방향마다 다섯 가지 색을 서로 다르게 나타낸다.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저 마니 구슬에 다섯 가지 색깔이 실제로 있는 줄 착각한다.」(善男子, 譬如淸淨摩尼寶珠, 映於五色, 隨方各現, 諸愚癡者, 見彼摩尼, 實有五色). 이 말은 인간의 본성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불교의 핵심 교리인 공사상(空思想)을 설명하려고 예로 든 것이다. 현상은 있으나 실체가 없다는 것을 불교 철학에서는 『공(空)』이라 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은 이 세상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들이 불변의 실체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 마치 청정한 마니보주에 원래 오색이 없는데, 각 방면에 따라 오색이 나타나는 현상을 보고 마니보주에는 원래 오색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함허(涵虛) 해(解), 圓覺經, 해인사승가학원, 1982.10, 36쪽 참조)
* 질대(迭代): 바뀌고 바뀌는 대자연의 순행(循行)을 말함.
<雲陶正音註解>(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 연구총서2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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