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박대현 
▒ 작성일 : 2006-06-30 오후 2:05:47
＜閑居讀武夷志, 次九曲櫂歌韻＞
＜한가히 지내다가 ≪무이지≫를 읽고 주자의 구곡도가를 차운하다＞
九曲山開只曠然, 아홉 굽이 산문 열려 별안간 훤해지니,
人烟墟落俯長川. 황폐한 마을 연기 긴 강물을 굽어본다.
勸君莫道斯遊極, 그대에게 권하노니 이곳 놀이 다했다 마오,
妙處猶須別一天. 또 하나 동천 열어 절묘한 곳 남았다네.
(주석)
* 광연(曠然): 밝고 광활한 모양.
* 허락(虛落): 황폐한 마을.
* 묘처(妙處): 신기하고 미묘한 곳.
* 일천(一天): 일 동천(洞天: 신선이 산다는 명산과 승지).
구곡이 마지막이니 볼 곳은 더 없으나 놀이의 흥취가 한창 일어나려 하기에, 또 다른 묘처의 별 천에 가서 승경을 맛 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마치 태산의 정상 위에 또 다시 하나의 세계가 있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대개 이 구곡의 여러 시는 다 경치를 보고 흥이 나서 당일의 은거와 낙도의 뜻을 읊은 것이다. 감탄하고 읊으며 탄식하는 가운데 이런 감정이 나타나는 것이다. 시를 잘 이해하려는 독자들은 마땅히 문자의 밖에 있는 뜻을 음미해야 할 것이나, 진씨와 같이 이 구곡시를 이해함에 있어서, 주자의 원시는 매우 간절하여 장을 나누어 하나하나 시구를 분석해 보면 도학을 해 나가는 순서일 거라고, 말해야 할 것은 아니다.
言九曲將窮, 所見已畢而遊興欲闌故, 又托言妙處別天以勉之, 猶泰山頂上更有天在之意也. 盖九曲諸詩, 皆因境寓興, 而當日隱居樂道之意, 發於咨嗟咏歎之間, 善讀者當黙識於言外, 非若陳氏之解九曲, 原詩切切然, 分章析句證之, 以進道次第也.
* 진씨(陳氏): 주자의 ＜무이도가(武夷櫂歌)＞ 10수에 주석을 단 구재(懼齋) 진보(陳普)를 가리킴.
* 진도차제(進道次第): 「이 ＜무이구곡＞시 전체를 학문을 해가는 순서를 암시한 것으로 보아서 주석을 시종하였는데, 퇴계는 주자의 이 시가 무이산의 자연경관을 그대로 묘사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는 취지로 제자들에게 설명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차운시를 지었다.」(이장우⋅장세후, 퇴계시 풀이 ＜제일권＞, 중문출판사, 1996.2, 332쪽).
「이 ＜구곡시＞에 대한 제자들과의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대표적인 것을 꼽는다면 1561년(61세) 때 기고봉에게 답한 ＜4단 7정 논변＞의 두 번째 편지와 1563년에 김성보(金成甫; 金德鵾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 등이 있다. 주자가 55세에 지은 이 ＜무이도가＞시에 퇴계는 47세에 화답하였는데 위 제자들과 편지를 주고받은 연도는 이보다 10년 훨씬 지나서까지 계속 된 것으로 보아 퇴계가 이＜무이도가＞에 대하여 얼마나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또 탐색하였는가 하는 한 단면을 볼 수 있다.(앞의 책 345쪽). 그러나 시라고 하는 것은 작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독자들에게 어떤 다른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하여 부정할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런 면이 명시로서의 가치를 높여 주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무이도가＞의 원시나 차운시가 다 같이 학문[道學]의 진도차제(進道次第)를 묘사해 놓은 것이라고 독자들이 이해한들 하등 나쁠 것도 없겠다. 이 시에서 그런 가능성을 보이는 것은 많이 있을 수 있는 것이고 특히 『구곡』에서 『別天』 『妙處』등의 말이 문자로 나타내지 못하는 도의 세계를 암시한 것으로 볼 가능성도 다분히 있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겠다.
<雲陶正音註解>(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 연구총서2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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