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진갑곤 
▒ 작성일 : 2006-06-04 오후 7:48:56
＜月瀾寺和西林院詩韻＞
＜월란사에 묵으면서 주자의 서림원 시운에 화답하다＞
似與春山宿契深, 봄철에 놀던 산과 묵은 약속 깊었는지,
今年芒屩又登臨. 올해에도 짚신 신고 또 올라 왔다네.
空懷古寺重來感, 옛 절에 거듭 오니 헛된 회포 느낄 뿐,
詎識林中萬古心. 숲에 담긴 만고심을 어찌 알 리 있으랴.
從師學道寓禪林, 스승 따라 도 배우려 절을 찾아 머무니,
壁上題詩感慨深. 바람벽에 붙인 시구에 감개가 깊어지네.
寂寞海東千載後, 우리나라 천년 세월 고요히 지난 후에,
自憐山月映孤衾. 외로운 이불에 산달 비쳐 어여쁘네.
(주석)
*월란사(月瀾寺): 현재 경북안동시도산면 원존동(내살미)에 있는 삼봉산(三峰山)의 산록(山麓)에 있는데, 처음에는 절이었으나 근래에 월란정사(月瀾精舍)로 이름이 바뀌었음. 퇴계 선생은 1546(丙午)년부터 권씨부인(權氏夫人) 상기(喪期) 중에 동암양진암(東巖養眞庵)에 계시면서 자주 월란사에 우거(寓居)하셨다. ≪퇴계문집≫에는 <和西林院詩韻二首>로 되어 있고, <원주>에 「삼월에 월란암에 우거하다.」(三月寓月瀾庵)로 되어 있음.
* 망갹(芒屩): 풀로 만든 짚신. 주자(朱子)의 원시(原詩) 「급하게 짚신을 꿰신고 높이 올라와 바라보네.」(急穿芒屩去登臨)
* 등림(登臨): 높은 곳에 올라가 밑을 내려다 봄.
* 공회(空懷): 헛된 감회. 「서림사」는 여산에 있다. 주자가 연평에 있던 이동(李侗) 선생을 배알하고 물러나와 서림사 유가 스님 집 옆에 머물렀다. 그 때 ＜달관헌＞이란 제목으로 시를 지은 것이 있다.
* 선림(禪林): 불교 선종(禪宗)의 절.
「만고심(萬古心)」은 주자의 시에 『어기어차 노 젓는 소리 변치 않는 만고심.』이라고 있다.
「월금(月衾)」은 주자의 시에 『새벽녘 산달이 찬 이불을 비추네.』라고 있다.
이 시는 스님의 방에 머물게 되어 주자의 서림사 운에 화답한 것인데, 심법의 전승(傳承)을 스스로 저버릴 수 없음을 읊은 것이다.
西林寺, 在廬山. 朱子見李先生于延平, 退寓舍傍西林寺惟可師之室. 有題達觀軒詩. 〇 萬古心, 朱詩, 欸乃聲中萬古心. 〇 月衾, 朱詩, 五更山月照寒衾. 此詩因寓僧舍, 和朱子西林詩韻, 而心法之傳, 自有不得以辭者矣.
* 만고심(萬古心): 주자의 ＜무이시(武夷詩)＞에 「숲 속에 나그네 있으나 아는 이 없고, 어기여차 뱃노래에도 만고심 머무네.」(林間有客無人識, 欸乃聲中萬古心). 『만고심』이란 시공을 초월하여 변함 없이 허령지각(虛靈知覺) 하는 인간의 본심[심체(心體)]을 말하는 것으로 장횡거(張橫渠)가 말한 성정(性情)을 통솔하는 바로 그 마음이다. ≪근사록(近思錄)⋅도체류(道體類)≫ 「심(心)은 성정(性情)을 통솔하는 것이다.」(心統性情者也)
* 주시(朱詩): 원운시 ＜서림원의 유가스님에게 보임(示西林可師)＞ 「그윽이 살아가니 사방은 수풀만 비었고, 우는 새 떨어지는 꽃에도 봄뜻은 충만하네. 홀로 있는 절간에 세속의 헛된 꿈 없는데, 새벽녘 산달이 찬 이불을 비추네.」(幽居四畔只空林, 啼鳥落花春意心. 獨宿塵龕無夢寐, 五更山月照寒衾)
* 심법(心法): 마음을 수련하는 공부로써, 심체(心體)를 존양(存養)하고 심용(心用)을 성찰(省察)하는 도(道). 심법에 대한 참고 ≪퇴계선생언행록⋅제1권⋅존성(存省)≫ 「덕흥이 묻기를, 『마음 속은 한 가지 사물도 용납할 수 없다(心中不容一物)고 합니다. 그렇다면 비록 당연한 법칙이라 하더라도 역시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까?』 하니 말씀하기를, 『아니다. 마음의 본바탕은 지극히 허하고 고요하여(心之全體, 至虛至靈), 마치 거울이 사물을 비추는 것과 같아(如明鏡照物), 대상을 만나면 그것에 반응하여 막힘이 없지만(物來, 則應之而不滯), 그것 때문에 그 밝음이 지장을 받지는 않는다. 그리고 대상이 떠나면 마음의 본체는 여전히 허명하다(物去 則如故而虛明). 그러나 만약 대상에 집착해버리면(若係著一物) 마치 진흙이 거울을 더럽힘과 같아서＜如泥點鏡＞, 전혀 허명하고 정일한 기상을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都不得虛明靜一氣象).』」
<雲陶正音註解>(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 연구총서2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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