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진갑곤 
▒ 작성일 : 2006-02-21 오후 9:18:20
1. ＜過吉先生閭＞
＜길재 선생님의 정려각을 지나가며＞
朝行過洛水, 아침에 거닐어서 낙동강을 지나가니,
洛水何漫漫. 강물은 한 없이 유유히 흘러가네.
午憩望鰲山, 낮이 되어 잠깐 쉬며 금오산을 바라보니,
鰲山鬱盤盤. 울창한 금오산은 서리서리 서려 있네.
淸流徹厚坤, 맑게 흐르는 물은 땅 속 깊이 스며들고,
峭壁凌高寒. 깎은 듯한 석벽은 높이 솟아 차갑네.
有村名鳳溪, 여기에 봉계라는 동네 하나 있으니,
乃在山水間. 산 아래 물 흘러 그사이에 자리했네.
先生晦其中, 선생께서 몸을 숨겨 이곳에 사셨다고,
表閭朝命頒. 정문을 세우라고 나라 명령 내렸다네.
大義不可撓, 대의를 위해서야 흔들림이 있겠는가,
豈曰辭塵寰. 세상을 등졌다고 그런 말을 하지 마오.
千載釣臺風, 조대의 높은 바람 천여 년을 지나서,
再使激東韓. 이 나라에 불어오니 선비들 감격했네.
扶持已無及, 나라를 붙들기엔 어찌할 수 없었지만,
植立永堅完. 충절을 세웠으니 영원히 굳건하네.
丈夫貴大節, 사나이는 대의를 소중하게 여기지만,
平生知者難. 일찍이 그 사람을 아는 이가 드물다네.
嗟爾世上人, 참으로 슬프도다! 이 세상 사람들아,
愼勿愛高官. 높은 벼슬 삼가하여 좋아하지 말게나.
(주석)
* 길선생려(吉先生閭): 현재 선산군 봉계리에 있고, 효자 배숙기(裵淑騎), 열녀(烈女) 약씨(藥氏)인 조을생(趙乙生)의 처와 함께 표정(表旌)하여 ｢삼려각(三閭閣)｣이라 부름.
*만만(漫漫): 강물이 넓게 흐르는 모양.
*울반반(鬱盤盤): 울울창창(鬱鬱蒼蒼: 나무가 빽빽하고 푸르게 우거진 모양)하고, 반반(盤盤: 구불구불 서린 모양)하다는 말. 즉, 여기서는 구불구불하게 서린 오산에 숲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모양을 나타낸 말.
*청류철후곤(淸流徹厚坤): 『厚坤』은 대지(大地)를 말함. 낙동강의 맑은 물이 땅 위와 땅 속을 유유히 흐르는 물의 순환작용을 말함.
*초벽릉고한(峭壁凌高寒): 깎아 지르는 듯한 절벽이 하늘 높이 차갑게 솟아있는 것을 말함.
*회(晦): 회적(晦迹): 세상에 나타나지 아니하고 자취를 감춤.
*표려조명반(表閭朝命頒): 『表』는 정려문을 세울 표자. 『頒』은 반행(頒行: 명령을 널리 펴서 실행 되도록 함). 즉, 정려문을 세우라는 조정의 명령이 내렸다는 말.
*대의불가요기왈사진환(大義不可撓豈曰辭塵寰): 『塵寰』은 더러운 티끌세상을 말함. 큰 의리를 위해 자기의 지조가 흔들림이 없는 것일 뿐, 어찌 세상을 등졌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는 뜻.
*재사격동한(再使激東韓): 다시금 우리나라 선비들을 감격시키다.
*부지이무급(扶持已無及): 고려 왕조의 멸망을 길재 선생으로서는 어찌해 볼 수 없었다는 뜻.
*평생지자난(平生知者難): 『평생』은 『일찍이』의 뜻. 큰 절개 지키기를 귀하게 여겨 살아가는 선비를 일찍이 세상에서 알아주는 이가 드물다는 말.
*차이(嗟爾): 탄식하는 말.
｢길(吉)선생｣은 야은(冶隱)을 말한다. 이름은 재(再) 이고 자(字)는 재문(再文)이다. 선산 사람으로 본관은 해평(海平)이다.
｢낙수(洛水)｣는 지금 상주시 동쪽에 있는 낙동강을 말한다.
｢오산(鰲山)｣은 선산의 남쪽에 있는 산이다.
｢조대(釣臺)｣는 엄광(嚴光)이 낚시하던 곳으로, 동강(桐江)의 동쪽에 있다.
｢한(韓)｣은 조선(朝鮮)을 말한다. 옛날에 마한(馬韓)⋅진한(辰韓)⋅변한(弁韓)이라는 나라의 명칭이 있었기 때문에 삼한(三韓)이라고도 말한다.
야은(冶隱)은 고려 말기 사람으로 일찍이 문하주서(門下注書)의 벼슬을 했다. 조선조 태종이 태상박사(太常博士)의 벼슬을 주었으나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고 하면서 사직서를 올렸다. 이 시 가운데 『大義』니 『大節』이란 다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시는 길야은의 정려각을 지나 가다가 그의 높은 절개를 우러러보고 탄식하면서 읊은 것이다.
吉先生, 謂冶隱也. 名再, 字再文, 善山海平人. ○ 洛水, 在尙州東. ○ 鰲山, 在善山南. ○ 釣臺, 嚴光漁釣處, 在桐江東. ○ 韓, 卽朝鮮. 古有馬韓⋅辰韓⋅弁韓之稱故, 又云三韓. 盖冶隱嘗爲麗季門下注書. 太宗授以太常博士, 上箋辭曰, 忠臣不事二君. 詩中所謂大義大節, 皆指此而言也. 此詩因過冶隱之閭, 而歎仰之詞.
<雲陶正音註解 卷之二>(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 연구총서2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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