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진갑곤 
▒ 작성일 : 2006-02-24 오후 1:23:46
＜雨留新蕃縣＞
＜비를 만나 신번현에서 묵다＞
已見中秋月欲虧 중추야 밝은 달이 기울려고 하는 데,
南州行客尙逶遲 남녘 고을 떠난 손님 발걸음 머뭇머뭇.
紅雲北闕三千里 붉은 구름 임 계신 곳 삼천리나 멀고,
白髮高堂十二時 백발이신 어머님 밤낮으로 못 잊네.
醉別故人風挽袖 옛 벗과 이별할 때 바람은 소매를 잡고,
愁吟孤館雨催詩 외로운 객관에서 비는 시를 재촉하네.
徒令倦僕知飢渴 부질없이 경마잡이를 괴롭게만 했으니,
屈指歸程倂日期 손꼽아 돌아갈 길 이틀을 하루로 잡네.
(주석)
* 신번현(新蕃縣): 경남 의령(宜寧)의 속현(屬縣)으로 오늘날 의령군의 한 면(面)이며 신반(新反)이라 이름이 바뀌었다. 퇴계 선생은 27세 때에 허씨(許氏) 부인을 상처하였다. 이 시는 퇴계 선생 36세 때 상처한 허씨 부인의 친정이 있었던 의령의 처가를 다녀 오는 길에 의령의 속현인 신번현의 역(驛)에서 비를 만나 하루를 묵으면서 지은 것이다.
* 위지(逶遲): 매우 머뭇거리는 모양.
* 우최시(雨催詩): ｢비는 시(詩)를 재촉하네.｣라는 것은, 말하자면, 오는 비가 계속적으로 시상(詩想)을 떠올리게 한다는 작자의 심경을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음.
* 병일기(倂日期): ｢이틀을 하루로 잡아 기약하네.｣는 빨리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여러 날 걸려야할지도 모를 길을 이틀 만에 갈 것이라 생각한다는 뜻.
｢홍운(紅雲)｣은 ≪익선전(翼聖傳)≫에 보면 상제(上帝)가 거처하는 곳에는 항상 붉은 구름이 감싸고 있다고 하였다. 동파(東坡)의 시에 『한 가닥 붉은 구름이 옥황상제를 에워싸고 있다.』라는 구가 있다.
｢북궐(北闕)｣은 ≪사(史)≫에 ｢동궐(東闕)과 북궐(北闕)을 세웠다.｣라고 나와 있다. 그 주(註)에 ｢임금이 남쪽을 향해 앉으면 주청할 일로 임금을 알현(謁見)하는 사람들이 모두 북궐에 나아갔다.｣라고 있다.
｢백발고당(白髮高堂)｣은 선생의 모부인 박씨가 집에 계신다는 말이다. 중국 송나라 산곡(黃山谷) 시에 『하루도 열두 때 어버이를 생각한다.』라는 구가 있다.
이 시에는 선생께서 직무 수행의 여행길에 있으면서도, 임금과 어버이를 일념으로 생각하여 잊지 못하는 간절한 마음이 나타나 있다.
紅雲, 翼聖傳, 上帝常所居, 紅雲擁之. 東坡詩, 一朶紅雲捧玉皇 ○ 北闕, 史, 立東闕北闕. 註, 南向, 奏事謁見之徒, 皆諧北闕. ○ 白髮高堂, 先生母夫人朴氏在堂. 山谷詩, 一日思親十二時. 此詩見先生行役在塗, 而君親一念未嘗忘也.
<雲陶正音註解>(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 연구총서2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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