答書附
時月之間不相聞問 辱惠手簡僃審德履超勝 欣濯深矣 滉老病濒死 加得河魚之患脾胃因而虛弱 不能飮食 㐲就過夏 旣未上去 又未蒙恩遞
近三上辭狀 未測厥終方極憂惶奈何 天灾重疊海徼屢警 民今方殆 何術可救添室之憂眞不虛也 海東名賢錄 曩者啇山周景遊有意此事 滉亦勸成之而未就 心常爲恨
今若裒稡成編 何幸如之 第恐吾東方文獻寥落 雖其人所樹卓偉者沒世之後 事跡 堙滅 無從而徵信 雖使掇拾成錄 或未滿人意耳 所喩數公之事 鄙意又恐在所啇量
未可遽然掲出 以犯古人所謂慮愚之道也 如何二編依敎回納 撃蒙殊勝於前 病倦未暇悉校 心學比擊蒙尤切 其有鄙疑處 略標呈似 照量如何 大抵盛意抄書
務欲簡略故其裁取或未免太脫略處 恐是爲病也 欲掇數語於其尾 非但冀已所見或有小進 亦望高明重加修改 以就十分完善後看 如何 正不須急急也 惟養珍萬重 謹
拜復己未七月初八日滉頓
오랫도록 서로 안부를 듣지도 묻지도 못한 사이 보내주신 편지를 받아 살피옵건대 귀체 평안하시다니 즐겁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늙고 병들어 죽음에 가까워진 외에 복통을 얻어 비위가 허약해짐으로 인해서 음식을 못하고 누워서 여름을 지났기 때문에 서울에
가지 못했습니다. 또 임금님의 은혜로 본래의 직책이 교체되지도 않아 세 번이나 사직서를 올렸습니다만 그 결과를 헤아릴 수 없으니 바야흐로
근심스럽고 두려움이 극도에 달했습니다. 어찌하여 천재(天災)가 중첩하고 해변에 여러 번의 경계해야 할 일이 일어나 백성들이 지금 바야흐로
위태롭게 되었으니 무슨 수로 구제할 수가 있겠습니까? 분수 밖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근심[漆室之歎]이란 말은 참으로 빈말이 아닌가 합니다.
『해동명신록』은 지난 날 상산의 주경유가 이 일에 대해 뜻을 둔적이 있었고 저도 또한 권장하여 그것을 이루도록 했으나 완성하지 못하여 항상
한스럽게 여겼습니다. 지금 만일 정수를 모아 책을 편찬한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이겠습니까? 그러나 아마 우리 조선은 문헌이 없어져 비록 그 사람이
세운 바가 우뚝히 뛰어났지만 죽은 다음에는 사적이 없어짐으로 말미암아 증빙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비록 주워모아 기록을 완성했다 하더라도
독자의 뜻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말씀해 주신 두어분들의 사적에 대해서는 저의 뜻 또한 의논할 바가 있으니 조급하게 들어내어 옛사람들이
이른바 예측된 잘못의 도를 범하지 않으심이 어떠하시겠습니까? 두편의 책은 가르치심에 의해 돌려드렸사온대 『격몽(擊蒙)』 전보다 매우
좋아졌습니다. 병으로 인한 피곤함 때문에 교정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심학(心學)』은 『격몽』보다 더욱 간절하나 저가 의심나는 곳에는 표점을
찍어 드리오니 살펴주시면 어떠하겠습니까. 대개 그대의 뜻은 책을 초록함에 있어서 간략하게 하려고 힘쓴 까닭으로 그 가려 뽑음에 있어서 지나치게
생략됨을 면치 못했음이 흠이 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그 끝에 두어마디를 덧부침은 저의 소견을 바랄뿐만 아니라 혹은 조금 나아감이 있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그대는 거듭 고쳐서 충분히 완전하게 한 다음에 보시면 어떠하겠습니까. 절대로 급급하게 처리할 일이 아닐 것입니다. 존체
만중하시기를 빌면서 삼가 절하고 답합니다. 기미년 7월 8일에 황(滉)은 머리 숙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