述懷上退溪先生
皇天生我人 하늘이 우리 사람을 낳음에 賦我以至理 우리에게 지극한 도리를 부여하였네 我自有良貴 나에게 스스로 참된 귀함이 있으니 所以與物異 만물과 다른 이유이다. 衆人昧本初 중인들은 근본에 어두워 自喪天所畀 스스로 하늘이 준 것을 잃어버렸네 聖人憫其然 성인이 그러한 것을 근심하여 開示如掌指 손바닥을 가리키듯 쉽게 열어 보여주셨네 明善與誠身 선을 밝히는 것과 몸을 정성스럽게 하는 것은 如車有兩軌 수레에 두 바퀴가 있는 것과 같다네 行行不停轍 가고 가서 멈춤이 없어야 聖域亦可企 성인의 경지를 또한 생각해 볼 수 있다네 吁嗟力不至 아아 힘이 지극하지 못하면 中道而自止 중간에 스스로 그만두게 된다네 所以千載下 천년이 지나 이 학문이 此學久墜地 오랫동안 땅에 떨어진 이유라네 伊我亦有志 나 또한 뜻이 있으니 早年知所事 일찍이 일삼을 바를 알았다네 依歸大人門 대인의 문하에 의지해 돌아가니 容我廁席次 나를 옆자리에 받아 주셨네 諄諄善誘我 차근차근 나를 잘 인도해 주시고 博約敎兩至 博文約禮의 가르침 모두 지극하였네 及時欲自勉 때가 되면 스스로 힘쓰고자 하여 毋貽師門愧 스승의 문하에 부끄러움 끼치지 않았네 彼時見一班 그 때에 한 부분을 보고도 中心頗自恃 마음 속에 자못 믿음이 있었네 俄然登桂籍 잠시 과거급제자의 명부에 올랐으나 失步自此始 발을 잘못 내디딘 것이 여기에서 시작되었네 氣質本不美 기질이 본래 아름답지 功力更不致 공력이 또 지극하지 못했네 冥行榛莽間 가시덤불 사이를 밤길 가는 것 같으니 茫茫迷所底 아득하여 닿는 곳 알지 못하겠네 凝塵滿素鏡 먼지가 뭉쳐 흰 거울에 가득하고 黃流混止水 황토물이 흐러 명경지수를 흐리게 하네 歲月不我與 세월이 나와 더불어 머물지 않으니 忽已及晩齒 갑자기 노년에 이르렀구나 舊業無餘存 옛날의 일이 남은 것이 없으니 白髮見一二 흰 머리 하나둘씩 느는구나 天與非嗇我 하늘이 나에게 부여함이 인색하지 않는데 嗟我自暴棄 아! 나 스스로 자포자기하는구나 幸賴有至誨 다행히 지극한 가르침에 의지해 常如函丈侍 항상 옆에서 스승으로 모시듯 하였네 隨事痛呵責 일마다 꾸짖음이 통렬하니 如針頂上刺 바늘로 정수리를 찌르는 듯하네 瞻彼一明珠 저 한 명주를 바라보니 尙在塵沙裏 여전히 먼지속에 묻혀 있구나 求之不自怠 구함이 스스로 게으르지 않으면 得之亦孔易 얻음이 또한 매우 쉬우리라 我欲捐舊習 내 옛 습관을 모두 버리고 竭力復初志 힘을 다해 초심을 회복하려 하네 願得終身語 원컨대 종신토록 행할 말씀을 들고 緘封在骨髓 골수에 깊이 감춰두고자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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