祭退溪先生文
隆慶五年 歲次辛未 三月壬戌朔 十九日庚辰 門人琴應夾應壎等 謹以淸酌粢麵 敬祭于先師退陶先生之靈. 伏惟尊靈 稟天地精
鍾山河氣 資旣純粹 志亦弘毅. 篤學力行 惟務爲已 循序而進 勉進不已. 內外交養 動靜不違 眞積力久 闇然光輝 面粹背盎 玉溫金精. 非由師得 自明而誠
行而爲法 言而爲則. 民薰其德 士慕其學 激昻興起 莫不善良 功垂萬世 澤及四方. 中歲決科 非爲祿仕 晩年幡然 非貪寵利. 進退去就 惟義與比 求道一心
終始無二 樂而忘憂 寢食不遑. 咸謂大德 壽考無疆 那知一夕 奄至易簀. 斯文失傳 後學無托. 天意茫茫 號痛罔極. 小子等 樗櫟之材 鹵莽之質 叨奉杖屨
出入門庭. 不倦之誨 反覆丁寧 憤悱未至 變化不得. 追思今日 徒增悔恧 庶拾舊聞 服膺無斁 敎我之恩 沒世難忘. 不肖無狀 又負築場 塡咽摧膓
敬奠一觴.
융경(隆慶) 5년 세차(歲次) 신미(辛未) 3월 임술삭(壬戌朔) 19일 경진(庚辰)에, 문인(門人) 금응협(琴應夾)과
응훈(應壎) 등은 삼가 맑은 술과 떡과 국수를 갖추어서 공경하여 선사(先師) 퇴도(退陶) 선생의 영전(靈前)에 제향(祭享)을 올리나이다.
삼가 생각건대 존령(尊靈)께서는, 천지(天地)의 정수(精髓)를 품득(稟得)하고 산하(山河) 기운을 결집(結集)하여, 자질이 이미
순수한데다 포부가 또한 홍의(弘毅)하셨습니다. 독실히 배우고 힘써 실천하여 오직 위기(爲己)의 학문만을 임무로 삼았으니, 순서를 따라 진보하면서
꾸준한 노력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안과 밖이 교호(交互)하여 배양(培養)하고 동정(動靜)이 서로 어긋남이 없었으며, 진실을 축적하는 노력이
오래되어 은은히 그 광휘(光輝)가 밖으로 드러났으니, 윤택한 기운이 얼굴에 나타나고 몸에 넘쳐흘러서, 옥처럼 따뜻하고 금처럼
정결(精潔)하였습니다. 스승이 없이도 터득하여 명(明)으로부터 성(誠)에 이르렀으니, 행하는 것은 법도(法度)가 되고 말을 하면 준칙(準則)이
되었습니다. 백성들이 그 덕(德)에 훈습(薰習)되고 선비들이 그 학(學)을 사모하여, 격앙(激昻)하여 흥기(興起)해서 선량(善良)하게 되지 않는
자가 없었으니, 그 공이 만세(萬世)에 드리우고 그 은택(恩澤)이 사방에 미쳤습니다. 중년(中年)에 과거를 본 것은 단지 녹미(祿米)를 위한
것은 아니었으나 만년(晩年)에 다시 돌아와서 은총(恩寵)과 이익에 결코 탐닉(眈溺)하지 않았습니다. 진퇴(進退)와 거취(去就)는 의리(義理)에
비추어서 하였으며, 도(道)를 추구하는 마음이 처음과 끝이 변함이 없었으니, 너무 즐거워서 근심 걱정을 잊고 침식(寢食)조차 돌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다들 말하기를 대덕(大德)은 수고(壽考)를 누림이 끝이 없다고 했는데, 어느 날 하룻밤에 이처럼 갑자기 세상을 떠나실 줄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사문(斯文)이 그 전승(傳承)을 잃어버리고 후학(後學)이 어디 의탁할 곳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하늘은 저리
망망(茫茫)하기만 하니 울부짖는 애통(哀慟)이 그 끝이 없습니다. 소자(小子) 등은 변변치 못한 재능과 우둔(愚鈍)한 자질로, 외람되게도 선생을
모시면서 문정(門庭)을 출입하였습니다. 지칠 줄 모르는 훈회(訓誨)가 거듭하여 간절하였으나, 스스로 발분(發憤)하여 노력하지 않아 기질의 변화에
이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옛 추억일 뿐이니 후회(後悔)와 부끄러움만 괜히 새삼스럽습니다. 옛날에 들은 말씀을 철습(掇拾)하여
변함없이 가슴에 복응(服膺)하면서, 저희들을 가르쳐주신 은혜를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불초(不肖)가 본래 변변치 못한데다, 또한
여막(廬幕)을 짓고 복상(服喪)도 하지 못하니, 목이 메이고 창자가 에이는 듯합니다. 삼가 한 잔 술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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