解題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한강(寒岡) 정구(鄭逑)의 시문집. 그는 퇴계(退溪) 이황(李滉)과 남명(南冥)
조식(曺植)의 문인이고 미수(眉叟) 허목(許穆)의 스승으로, 조선조 예학사 및 성리학사에서 비중 있는 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문집은 이에 대한
학문적 연원을 살피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분량은 24권 9책(본집 12권, 속집 9권, 별집 3권)이다. 이 책은 한강이 죽은 지 60년
뒤인 1680년(숙종 6) 허목(許穆)이 직접 편찬하고, 몸소 내용을 하나하나 교정하여 문집으로 간행했는데, 그의 서문에 편찬 경위가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속집과 별집은 허목이 편찬한 것이 아닌 듯 하고, 본집을 간행한 뒤에 다시 수집되는 자료를 그때그때 정리하여 따로 간행한 듯하다.
이러한 사정은 내용 구성 체제나 서지 사항 등에서 짐작할 수 있다. 우선 내용 구성에서, 본집·속집·별집의 항목 가운데 시·서·잡저의 항목
표제가 중복 제시되고 있는데, 이 점으로 보아 전체적으로 통일된 편찬체제가 아닌 듯하다. 서지사항 면에서도, 본집과 속집·별집의 판식이 다르다.
즉 4주쌍변(四周雙邊)·유계(有界)·상하화문어미(上下花文魚尾) 등은 모두 같은데, 글의 행(行)과 한 행의 글자 수가 조금 다르다. 본집은
반엽(半葉)에 12행이고 1행에 22자인 데, 속집·별집은 10행 20자의 판식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속집에는 본집·별집과 달리 간기 사항을
부기하고 있어, 각 편이 독자적으로 간행되었음을 알게 한다. 즉, 권말에 부기된 ‘신축동중간(辛丑冬重刊)’이라는 간기는 본집보다 40년 뒤인
1721년(경종 1)이나, 100년 뒤인 1781년(정조 5)에 다시 간행된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항을 근거로 볼때,
본집·속집·별집의 편찬과 그 간행은 독자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책의 편찬 차례에 따라 본집·속집·별집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본집은 허목의 서문과 총목차, 그리고 본문의 순서로 편집되어 있다. 권1에 시 41수, 만(挽) 26수, 권2에 소(疏) 8편, 차(箚)
10편, 계사 9편, 권3∼6에 서(書) 149편, 권7에 잡저 23편, 권8에 서 10편, 기 5편, 발 2편, 권9에 축문 41편, 제문
60편, 권10에 묘표·묘지명 13편, 권11·12에 행장 25편 등이 수록되어 있다. 본집 권2의 <계축차자(癸丑箚子)>에는
인목대비(仁穆大妃)의 유폐와 영창대군(永昌大君) 문제에 관련된 내용을 3차에 걸쳐 초안를 작성하고 있다.
<대사헌숙배후피혐계사(大司憲肅拜後避嫌啓辭)>는 대사헌으로 있을 때 임해군(臨海君)을 구하려다 호역(護逆)의 지목을 받고 사직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권3의 <여조사경(與趙士敬)>, 권4의 <상의예조계목(商議禮曹啓目)>, 권5의
<답예조판서(答禮曹判書)> 등은 예설에 관한 문의에 답한 내용으로, 복제(服制)와 예설에 관한 그의 해박한 고증과 이론을 엿볼 수
있다. 권7의 <서수사언인록후(書洙泗言仁錄後)>·<서경현속록후(書景賢續錄後)>·<천손하고
칠석회변(天孫河鼓七夕會辯)>·<월조약회의(月朝約會議)>·<야복(野服)>, 권8의
<오선생예설분류(五先生禮說分類)>·<심경발휘서(心經發揮序)>·<함안사직단기 (咸安社稷壇記)> 등은 전문적인
전적에 대한 논평과 향리의 습속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다. 권11의 <서천부원군정공행장(西川府院君鄭公行狀)>은 선조 때의 문신
정곤수(鄭崑壽)의 행장이다. 모두 20장에 달하는 장문으로, 그의 문장력을 엿볼 수 있다. 권12는 그의 외증조부 김굉필(金宏弼)을 비롯하여
김종직(金宗直)·남효온(南孝溫)·조광조(趙光祖) 등 30여 명의 전기를 저술한 것으로, 사우관계를 이해하는 자료이다. 속집은 9권으로
구성되었는데, 권1에 시 16수, 부 1수, 논 1편, 소 1편, 권2·3에 서 45편, 권4에 잡저 6편, 권5에 문 3편, 서 3편, 묘제문
8편, 권6에 행장 1편, 권7에 시 3수, 명 4편, 서 48편, 권8·9에 서 38편 등이 수록되어 있다. 속집의 특기 사항으로는 권4의
<도동서원원규(道東書院院規)>·<양호첩 (養浩帖)>·<독서첩(讀書帖)>·<강법(講法)>등 서원의
제도와 규약 그리고 학문하는 자세 및 독서태도 등의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별집은 모두 3권인데, 권1에 서 25편, 권2에 서 12편, 잡저
7편, 시 11수, 권3에 답문(答問) 3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 가운데 권3의
<답김희원문(答金希元問)>·<답장행원문(答張行原問)>·<답임탁이문(答任卓爾問)>등에서 『태극도설(太極圖說)』에
관한 해석 문제와 한글 현토에 관한 세밀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어, 문장가로서의 의미 분석 태도를 볼 수 있다. 『참고문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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