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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집편 -東岡集 -

 

 

與鄭寒岡

府人之來 謹奉手翰 蘇浣之懷 豈可勝喩 恭審卽日炎霾 令候平迪 尤以爲慰 生當此板蕩之日 冒處臺閣 無計扶顚 而蹤迹孤危 群怪林立 然亦不暇深念 但國勢至此 未知終何底止耳 崔丈孝元 已贈都憲 昭雪之恩 及於泉壤 爲之感泣 奸臣誣陷之罪 略爲論列 而姑未得命 蓋上意深知奸狀 而慮其騷擾 李生之進 必能言其大槪耳 李生患難死生 嘗與共之 爲人忠信質美 非他輕佼後生之比也 渠闔門盡亡 脫身獨來 同處數朔 而此間無糧 不得已進去 幸須軫其飢寒 特加憐撫 想必不待鄙言矣
부인(府人)이 옴에 삼가 손수 적어 보낸 편지를 받으니 개어나고 씻은 듯한 회포를 어찌 다 비유할 수 있겠습니까? 공손히 살피건대, 이즈음의 무더위가 심하고 흙비가 내리는 때에 영공의 안부가 평안하다고 하니 더욱이 위로가 됩니다. 나는 이렇게 나라가 어지러운 때를 당하여 외람되게 대각의 지위에 있으면서 기우는 국운을 일으켜 세울 계책은 없고 나의 종적이 외롭고 위태로운데 여러 가지 괴이함이 앞에 빽빽이 벌려 섰습니다. 그러나 또한 깊이 염려할 겨를이 없고 다만 나라의 형세가 여기에 이르렀으니 마침내 어디에 이를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최영경은 이미 도헌의 증직을 받아 밝게 씻어주는 은전이 저승에 미쳤으니 이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겠습니다. 간신이 모함한 죄상이 대략 거론되긴 하였으나 짐직 명을 얻지 못하였던 것은 대개 주상의 뜻에 간신히 죄상을 깊이 알고 계시지만 그 소란스러움을 우려하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생이 나아가면 반드시 능히 그 대략을 말할 것입니다. 이생은 환난과 생사를 일찍이 함께 하였고 사람됨이 충직하고 미더우며 질박하고 아름다우니 가볍고 영리한 후생들에 비길 바가 아닙니다. 그는 온 집이 다 멸망한 터에 몸을 빼서 홀로 와 몇 달을 함께 지내는데 이곳에는 양식이 없으니 부득이 그리 보냅니다. 바라건대 모름지기 그의 기한을 가련하게 여겨 특별히 가엽게 보살펴 주시리라는 것은 아마 나의 말을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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