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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집편 -東岡集 -

 

 與吳德溪建

遡風馳想 忽因來使 伏奉盛翰 三復辭旨 慰喜無涯 且審盛暑 尊侯神相康福 而松液菊潭 爲日用常茶飯 想惟尊丈幽居沖趣 直有逍遙度世之想 引領高風 第有歎仰 雖然 願高明毋以樂天知命之樂而忘與人同憂之憂 不憚於被髮以救室人之鬪 甚幸甚幸 鄙生羸弱尙如昨 稅駕未久 未能有好況 然已占得淸涼境界 不似向來忙裏氣象耳 迂拙淺學 未有以自信 而强使任重 有如蚊蝱之負大岳 人知不堪 豈待明智 不虞吾丈乃相愛之過甚 而不暇顧其力量之不及也 雖然 君恩民病 心豈敢忘 來書所謂服忠貞歷三紀者 直當勉力 不容遽已 但今李栗谷旣不獲留 吾丈又未還朝 而乃欲使懦夫先着祖生之鞭 豈能濟事耶 伏惟高明深念而見敎也 鄙疏箴 適草藁不存 未能拾呈求敎 爲恨也 且鄙人帶職家居 義理未安 近欲草疏 乞解官調理 以期小效 當必得請爾 洛中爻象 只如舊日 但來時似聞金仁伯爲銓郞 爲當路怨惡 殊甚於吾丈 同官有忌之者往來言地 謀排陷之計云 若此漸未已 大爲士林之憂 柰何柰何 念吾丈不可不知此事 故因風及之 近來新進如李景涵輩 器識非常 將來深可望者 不識吾丈以爲如何也 延壽之約 固所深願 但病軀憚暑 恐未易動 雖然 若稍閒暇 乘興一行 亦或不難 臨時當更相通也 餘伏祝未間 爲道爲時 道體倍加珍重
불어오는 바람결에 생각을 치달렸는데 홀연히 보내온 사람 편에 엎드려 盛翰을 받고 편지에 담긴 뜻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읽노라니 위로되고 기쁜 마음 끝이 없습니다. 또 극심한 무더위에 尊丈의 기체후가 편안하고 복되며 松液과 菊潭을 항상 일용의 茶飯으로 쓰신다고 하니, 생각건대 존장께서 그윽히 지내는 沖澹한 雅趣는 곧 소요하며 세상을 지나는 생각이 있음에 높으신 풍모를 간절히 바라서 다만 감탄하여 우러름이 있을 뿐입니다.
비록 그러나 高明께서는 ‘하늘을 즐거워 하고 천명를 아는’ 즐거움으로서 ‘사람과 더불어 근심을 함께 하는’ 근심을 잊지 마시고, 의관을 정헤할 겨를도 없이 머리를 풀어 헤치고 지안 사람들의 싸움을 구하는 다급한 수고로움을 꺼리지 않는다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저는 고달프고 연약하기가 오히려 여전하고 수레의 말을 풀고 쉬게 된 것이 오래지 않아서 아직 능히 좋은 정황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청량한 경계를 얻었으니 앞서처럼 바쁜 가운데 있지는 않습니다. 보잘 것 없는 얕은 학문으로 아직 자신이 있지 않는데 억지로 무거운 임무를 맡기니 마치 모기나 등에 따위가 산악을 지고 있는 듯하여 사람들이 그 견디지 못할 것을 아는데 어찌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을 기다려서야 알겠습니까? 존장께서 곧 서로 사랑함이 지나치게 심하여 그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임금의 은혜와 백성의 병통을 마음에 어찌 감히 잊겠습니까? 보내오신 편지에 이른바 “충정을 마음에 새겨 三紀(36년)를 지낸다”는 것은 곧 마땅히 힘써야 하고 갑자기 그만 두어서는 않될 것입니다. 다만 지금 이율곡이 이미 머물지 못하고 존장께서 또 조정으로 돌아가시지 않은 채 곧 저와 같이 나약한 사람에게 祖生의 채찍을 잡게 하신 어찌 일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고명께서는 깊이 생각하시어 가르침을 주소서. 저의 疏와 箴은 마침 초고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거두어 울려서 가르침을 구할 수 없으니 한스러운 일입니다. 또 저는 조정의 직분을 띤 채 집에서 지내고 있으니 의리에 편안치 못하여 근간에 사직을 바라는 소를 초안하여 벼슬에서 풀려나 조리함으로써 작은 효험을 기대하기를 빌고자 하니 마땅히 청을 얻을 것입니다. 서울의 분위기는 다만 전날과 같습니다. 다만 올 때에 들리는 말에 金孝元이 銓郞이 되어 要路에 있는 사람들에게 원망과 미움을 삼이 존장보다 자못 심하고 같은 관직에 있던 사람 가운데 그를 꺼리는 자가 言路에 오가면서 배격하고 모함하는 계책을 꾸민하고 하니, 만약 이러한 조짐이 그치지 않는다면 크게 士林의 근심거리가 되리니 어찌 하겠습니까? 어찌 하겠습니까? 생각건대 존장께서 이 일을 알지 않을 수 없는 까닭에 내친 김에 언급하였습니다. 延壽의 약속은 진실로 깊이 바라는 바입니다만 병든 몸이 더위를 꺼리니 아마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비록 그러나 만약 조금 한가하게 되면 흥을 타고 한 번 가는 것이 또한 혹 어렵지 않을 것이니 그 때에 임박하여 마땅히 다시 서로 알리겠습니다. 나머지는 엎드려 비오니, 얼마 않되는 사이일지라도 도리를 위하고 시국을 위하여 道體를 배로 진중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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