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金士純 誠一 癸巳
謹問令候起居何如 生死之中 渺隔一江 久未相聞 徒切悵念 左路賊勢 有增無減 而經冬至春 罔敢下手 群情惶怯 自分終無所事
今聞天兵已蕩西都 近將迅驅南下 半死之民 始有生氣 區區餘息 將復覩天日 悲喜兼極 但臣民久戴一天 而終投大事於上國 畢竟當作何顔 玏再得重病 今始少蘇
復爲巡到下道 而賑救之事 百無所爲 奈何 當此之時 供頻勦討等事 伏想倍勞令念 奉慮奉慮
삼가 묻사오니 令候께서는 기거가 어떠하십니까? 생사 간에
江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면서도 서로가 오래도록 소식을 들을 수 없었으니 다만 슬픈 마음이 간절합니다. 左道의 적의 세력은 증가할 뿐이고
감소되는 일은 없는데, 겨울은 지나고 봄이 되었어도 감히 손쓸 도리가 없으니 여러 사람의 마음은 두렵고 겁이 나서 자기의 직분을 다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을 들으니 天兵이 西都를 소탕하고 근간에 남쪽으로 진군한다고 하니 반죽음을 당한 백성들이 비로소 생기를 차리게 되었고 구구하게
살아남은 목숨들이 장차 天日을 다시 보게 되니 喜悲가 極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이 오래도록 明나라만을 섬겨왔는데 결국 大事까지도
上國에게 맡기게 되었으니 무슨 얼굴로 대하겠습니까? 저는 또다시 중병을 얻었으나 지금은 조금 건강이 회복되어 다시 下道를 순시하였는데 賑救에
관한 일은 백 가지에 한 가지도 뜻대로 되는 것이 없으니 어찌하겠습니까? 이러한 때를 당하여 天兵을 접대하는 일과 토벌하는 등의 일을 엎드려
생각하건대 令監의 수고로움이 배가될 것이오니 송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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