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溫庭筠 : (812?∼870), 중국 당나라 말기의 시인. 자 비경(飛卿). 본명 기(岐). 병주(幷州:山西省 太原) 출생. 문재(文才)가 뛰어나 과거시험장에서 8번 팔짱을 끼니 8운시(八韻詩)가 완성되었다 하여 온팔차(溫八叉)라 불렸으나, 소행이 나빴기 때문에 급제하지 못하였다. 벼슬은 현위(縣尉)·절도사부관·국자조교(國子助敎) 등에 그쳤고, 경력이 별로 분명하지 않다. 거오방탕(倨傲放蕩)하여 반(反)권력적인 행동이 많았으므로, 당시의 재상에게 미움을 받아 영달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염시(艶詩)를 많이 지었으며, 당시의 이상은(李商隱)과 함께 ‘온이(溫李)’라고 병칭되었다. 사(詞)의 작가로도 유명하고, 특히 악부(樂府)에 뛰어나 화려한 표현으로 쓰러져가는 六朝문화에 대한 동경과 석춘(惜春)의 정 등을 노래하였다. 당나라 해체 시기의 시정을 가장 잘 대표하는, 따뜻하고 색채가 넘치는 관능적 세계를 만들어냈다. 또 유행가요였던 ‘사(詞)’를 서정시의 위치로 끌어올리는 데에도 많은 공적을 남겼다. 《花間集》에 66수의 詞가 수록되어 있다.

▶ 更漏子 : 원제는 없고 詞牌名이 겸하고 있음, 원뜻은 물시계, 唐나라 사람은 밤의 대명사로 更漏라는 말을 썼다. 초기의 사에 있어 更漏子를 사패로 하는 사는 밤과 관련 있는 것이 많다.  ▶ 玉爐 : 옥으로 만든 향로.   ▶ 蠟淚 : 촛불의 눈물, 一本에 燭淚.  ▶ 畵堂 : 그림을 새겨 장식한 방, 그림을 그리는 방.  ▶ 三更 : 子正, 정확히는 밤 11∼1시.

(통석)

구슬 향로에 향 피어 오르고

붉은 촛불 눈물 흘리며

화당 두루 비추어 가을 시름 돋우네

눈섭 화장 엷어지고

구름 같은 머리 헝크러뜨리고

긴 밤 싸늘한 금침을 겨워하네

오동나무 잎에

한 밤중 비오는 소리

이별의 정 괴롭다 않던가?

한잎 한잎

후둑후둑

적막한 섬돌 앞에 밤새도록 떨어지네.